전신 마취 중 깨어 있다면?
마취 중 각성 일반 성인 0.1%가량 발생 비만, 흡연, 알코올 중독자 가능성 높아
입력날짜 : 2013. 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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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동아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원장에 의해 환자가 마취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 | 어린 시절 심장 수술 도중 각성이 돼 통증에 시달린 한 아이가 수술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시달리다가 최면요법에 의해 마취 중 각성 기억이 봉인이 됐는데, 성인이 돼 우연히 최면상태에서 봉인이 풀려 그 고통을 기억해내고 어릴 적 심장 수술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 주인공의 아내도 복수의 희생양이 돼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범인에게 최면으로 제압당한 마취과의사의 마취하에, 마취 중 각성상태로 수술을 받다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하게 된다. 범인은 계속 주인공에게 복수를 시도하며 관련자들을 죽음에 몰아넣다 범인 또한 비참한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다.
이 내용은 마취 중 각성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스릴러 영화 ‘리턴’의 줄거리다.
가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하지만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 영화로 기억된다.
마취는 수술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수술 중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며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속에서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도록 다양한 약물들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전신 마취 시 무의식, 진통, 근이완, 반사차단 등의 상태를 유지한다.
마취 중 각성(awareness)이란 환자가 전신마취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도중에 의식이 돌아오고 그 뒤에 이러한 사건을 기억하는 것으로 마취 중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을 인지함을 말하며, 회상(recall)이란 인지했던 것을 그 이후에 기억을 통해 되살려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각성 기억은 환자 스스로 의식적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확실한 기억의 형태일 수도 있고 세밀한 심리 검사에 의해서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암시적인 기억일 수도 있다. 일부는 회복실에서의 기억을 수술 중 기억으로 잘 못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꿈을 꾸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마취 중 각성과는 구별해야 한다.
마취 중 각성을 경험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않지만 수술 중 각성이 통증이나 마비된 느낌과 동반된 경우는 수술 후 불안, 죽음에 대한 공포, 병원과 의사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상당기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환자에서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할 빈도는 0.1%이고, 고위험군에서는 1.0-1.5%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각성의 고위험군은 심장수술, 심한 외상수술, 제왕절개, 기도 내시경 수술, 소아수술 등이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하는 요인은 마취제의 요구량과 공급량간의 불균형으로 크게 3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흡입 또는 정맥 마취 시에 흡입마취기의 오작동이나 정맥마취제의 주입이 잘 되지 않아서 마취제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경우나 감시장치의 오작동이 있는 경우, 둘째 저혈량이나 심부전 등의 환자에서 혈역학적 불안전을 염려해 마취제를 적게 투여하거나 제왕절개시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취제를 적게 투여하는 경우, 셋째 젊은 나이, 비만, 흡연, 만성 알코올 중독환자나 진정제 아편양제제 등과 같은 약물 중독 등으로 마취제의 요구량이 큰 경우 등이다. 그 외에 유전학적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마취의 심도는 일반적으로 수술부위에 가해지는 자극, 이에 따른 환자의 반응, 반응을 억제하는 부위의 약물 농도의 상관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
마취의 심도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고안돼 왔는데 크게 주관적인 방법과 객관적인 방법으로 분류한다. 주관적인 방법은 수술 자극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점수화 시키거나 고혈압, 빈맥, 눈물, 발한, 산동 등 자율 신경계 반응으로 마취의 심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예외적인 상황이나 약물에 의해 반응이 왜곡될 수 있으므로 마취과의사의 해독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방법은 생체 전기적 신호를 분석해 평가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뇌파를 분석, 마취심도를 감시하는 장치들을 이용한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보편화되고 있다.
한편 이런 마취 중 각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술 전 평가를 통해 각성이 일어날 수 있는 고위험군을 잘 선별하고, 수술 전처치로 기억나게 하지 않는 안정제를 투여하거나 마취 기계나 환자에게 공급되는 약물의 내용물과 용량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또 환자의 각성상태를 감지할 수 없게 하는 근이완제를 최소로 투여하고, 적절한 감시장치를 이용해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특히 정맥마취의 경우에는 뇌파 감시장치를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항상 수술 과정에 따른 환자의 반응과 상태에 대해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하고 거기에 따라 올바르게 처치할 수 있는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 움 말 이경호원장 동아병원 마취통증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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